정치질이나 팀 간 소통 단절이나 업무 방식으로 인한 갈등 대부분은 어디서든 발생하는 일인 것 같다.
조직 내에서 개개인에 대한 신뢰감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이런 일들이 더 자주 일어난다.
신뢰감이 없는 상황이란 이런 것이다.
1. 비난을 받을 것 같아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을 폄하하거나 비난하여 본인의 입지를 다진다.
2. 다른 개발자가 자기 편의만 생각하며 일한다고 생각하며 소극적, 혹은 수동공격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임한다.
3. 저 팀은 안 그래도 바쁜 우리 팀원들에게 공수를 요청하므로 요청에 부정적으로 응한다(내용과 관계없이).
4. 이 동료의 역량은 믿을 수 없으므로 곤란한 질문을 하거나 부담스러운 업무를 제공한다.
5. 이 동료는 마음에 들지 않으므로 꼭 필요한 자료를 전달하지 않거나 도움 요청에 소극적으로 대처한다.
막상 당하면 이만큼 난처한 상황이 없다.
흔히들 조직은 '이득을 위해 움직인다' 라고 표현하지만
이 안에는 '이득을 위해 어떤 한 방향으로 다같이 움직인다' 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득은 결과중심적인 단어이다.
내부 직원들이 사방을 보며 하나의 목적에 집중하지 않으면 언젠가 조직은 와해되고 협력은 약해진다.
'다같이'가 실현되기 힘든 상황이 되는 것이다.
누군가는 과로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고 선언하는 한편에 누군가는 종일 채팅이나 웹서핑으로 시간을 보내고,
누군가는 어느 팀의 누가 업무 처리가 형편없다며 뒤에서 이야기를 하고,
누구는 고용 불안에 두려움을 갖고 누군가는 마이크로매니징을 하면서 피로를 호소한다.
늘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를 생각했다.
1. 채용 프로세스는 엄격하게 가져간다.
입사 이후 3개월을 너무 평가중심적으로 가져가면 입사 후 직원은 큰 불안 상태에 빠진다.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을 해고할 마땅한 수단이 없으므로 취할 수 있는 스탠스이지만, 직원 입장에서 몇 개월을 회사에서 보내고 잘리게 되면 커리어에도 치명적일 뿐더러 본인이 이 조직에서 일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되므로 자존감도 흔들리기 쉽다.
당연하지만 회사에서도 몇 개월 간 자원 낭비를 한 셈이다.
채용 과정의 미흡함은 다소 희망중심적이다. 따지자면 가챠에 가깝다. 누군가를 잠깐 본 후, 변별력 없는 질문과 답변이 오가면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일 거라고 기도하며 조직에 들여놓는 것이다.
나쁜 직원이 흔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대체로 팀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새 교훈을 안겨준다.
이런 미흡함은 팀원들에게도 좋지 않다. 한 두 번 쓰린 경험을 하게 된 내부 팀원들은 채용 프로세스를 불신하게 되고 신규 입사자를 검증하고 의심하는 태도를 한동안 취할 것이다. 이는 신규 입사자를 불안하게 만든다.
갈등에 대처하고 얼마나 진중한지를 보고 싶은 게 아니라면 이런 분위기는 좋지 않다.
성향에 따라 개인이 수동공격적으로 변하거나 무의미한 성과주의에 집착하기도 하면서 본래 역량을 드러내지 못한다.
본 성향을 확인하고 상호간 신뢰를 쌓는 것이 수습 기간의 핵심인데 방어적이고 가식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신규 입사자는 명확하게 그 특징을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3개월이 지나고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정말 폭탄이 아니기만을 기도해야 할 것이다.
만일 평가가 더 필요하고 면접을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어쩌면 단순히 면대면으로 면접을 보고 TCP/IP 핸드셰이킹을 설명해보라거나, Node.js가 싱글스레드인지 묻는 질문 정도로는 부족할 것 같다.
1, 2차 면접을 통해 팀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고 작업하는 코드 스타일을 보기 위해 기술 면접을 제안할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커피챗을 진행하는 것도 좋은 채용 프로세스인 것 같다.
이미 채용을 하고 수습기간을 가진다면 실무와 직결된 업무를 맡기되 매니징 겸 협업 동료가 될 동일 직군 팀원과 함께 작업을 하게 하면서 실무를 접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경험을 최대한 가져갈 수 있게 해야한다.
부족한 역량이 있다면 이를 동료가 확인하고 건설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이건 2번과 이어짐).
2. 비판하되 건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기술 업계가 독성 말투가 강한 것은 인지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극초반이 아닌 이상 쿠션어를 두 겹 세 겹 깔아가며 어떻게든 상대를 상처주지 않게 급급하는 건 좋은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본질적으로 상대가 비판에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건 그것이 '개인'을 '공격'하는 일이라고 오인하기 때문이다.
코드 리뷰를 할 때 방어적으로 나오거나, 왜 이런 식으로 만들었냐고 할 때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오는 이유도 대체로 개인을 공격하는 일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 상황에서 비꼬기 시작하면 더 이상 비판이 아니다. 그건 정말 독성 말투고 조직 뿐 아니라 어디서도 환영받기 힘들 것이다.
대신 이 비판은 보다 나은 방식을 위한 것이라고 인지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더 좋지 않을까요?' 나 '이 방식에선 이런 문제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라고 언급해야 한다.
덧붙여 왜 이런 식으로 작업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알고 있지 못한 정보나 혼자 작업하며 인지하지 못한 내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소통을 통해 관점을 공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차라리 몇 번씩이라도 '저는 공격을 하려는 게 아니라 단지 제 관점에서 더 나은 방법의 하나로 제안을 드리는 것 뿐이다' 라고 언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 하다.
3. 시니어가 주니어를 보완해야 한다
저연차 시기는 정말 별의별 문제를 일으키고 실수를 하는 시기다. 일단 채용하고 3개월이 지났다면, 조직에 이 사람을 들인 건 좋든 싫든 회사의 잘못이다. 그렇다고 이 잘못을 영영 못본 척 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좋은 기틀 하나를 방치하는 셈이고 팀원 입장에서도 커리어를 낭비하는 꼴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폭탄이 돼서 어떻게 조직을 망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므로 같이 가야 할 직원이고 적어도 매일같이 갈등만 일으킬 심산이거나 아예 일할 의지가 없는 분자가 아니라면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 더 나아질 수 있는지 인사이트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팀이 같건 다르건 적어도 주니어가 할 수 있는 실수나 오류를 보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주니어 때는 특히 업무 방식이나 일정 관리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같은 팀이라면 '~까지 얼마나 걸릴 것 같으세요?', '그러면 총 n일 드릴테니 작업과 더불어 주기적으로 함께 리뷰하는 시간을 가집시다.' 같이 일정 관리와 업무 방식의 감을 잡을 수 있도록 멘토링을 해주는 과정이 꼭 필요하고, 업무의 우선순위를 잡는 방법에 대해서도 사전에 공유를 해주거나 필요에 따라 검토를 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른 팀이라면 요청 이후 어떤 실수가 발생할 것 같다면 미리 이에 대한 내용을 언급해주고 중간중간 진척을 확인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시니어는 팀장이나 중간 직급의 실수를 보완하고, 팀장이나 중간 직급은 주니어를, 주니어는 신입을 보완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방식은 또 상호간의 신뢰를 만드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이 사람은 내가 일을 잘 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라는 인식을 주게 되므로 장기적으로 건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반면 무심코 왁 화를 내버리게 될 수도 있다.
이때 생기는 문제는 대부분의 저연차가 명확하게 전달되는 이 분노에 대한 대처를 못한다는 점이다. 보통은 3가지로 빠진다.
a. 본인 역량의 확신을 잃고 자존감이 낮아진다. 불안성이 높아져 의존도가 높아져 역량을 내기 힘들어지며, 혹자는 스스로를 무능한 존재로 낙인찍고 업무 의지를 상실해 버린다.
b. 본인 역량의 확신을 잃으나 요구사항에 부응하기 위해 실제로는 뭐가 필요한지도 모르는 상황임에도 과도하게 노력한다. 불필요한 학습과 과로, 완벽주의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다. 번아웃으로 빠지기 쉬우며, 들이는 품에 비해 생산성이 낮다. 장기적으로 극복이 되지 않는 경우 a로 이어진다.
c. 명확한 원인을 인지하지 못했으므로 시니어의 분노를 감정적으로만 인식하며 이에 불만을 가지고, 혹은 시니어의 역량을 의심하게 되기도 한다. 불신이 쌓이는 시점이므로 이후의 요청에도 수동공격적으로 대처할 확률이 높아지며, 이후 관계 회복 난이도는 점진적으로 높아진다. 소통이 단절되면서 조직 내에서 본인에 대해 자기괴리를 가지게 된다. 본인을 무결한 상태로 인지할 확률이 높아지며, 상대에 대해 불신을 가지므로 그들이 하는 피드백을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수용하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그들이 하는 실수를 보완해주는 과정은 중요하다.
조직의 핵심 이슈는 매일같이 갈등이 생기는 환경이라는 점이다.
관건은 매번 발생하는 불편한 상황과 사고를 인내하고 개개인의 관계를 어떻게 최대한 호의적으로 유지하는 것인지 같다.
사이가 나빠지면 개인간 협력은 약해지고 커뮤니케이션 효율과 개발 진척은 점점 떨어진다.
설상가상으로 갈등은 점진적으로 극대화될 확률이 더 높다.
다만 이런 것들은 여전히 주니어인 나의 단순한 생각일 뿐이고, 아무래도 사람 이야기다 보니 편향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다. 팀이라는 것이 별의별 사람들이 다 엮여 돌아가고 복잡한 상황이 생기고 대개 개개인의 성향 충돌로 발생하다보니 수많은 케이스를 보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조직에서 모두가 서로에게 신뢰를 가질 수 있게끔 제어하는 건 중요하고(특히 스타트업 같은 소규모라면),
그게 좋은 산출물을 만들고 좋은 팀을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하는 것 같다.
갈 길이 머니 계속 관찰하고 연구하고 개선할 방법을 모색하는 게 좋을 듯 하다.
'THOUGHT' 카테고리의 다른 글
DevFest GDG Songdo 2023 후기 (1) | 2023.12.10 |
---|---|
좋은 개발자와 좋은 직장인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 (0) | 2023.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