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타에서 우연히 devfest 개최 글을 보고 흥미롭다고 생각해 참석 신청을 했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고 특정 세션들은 넓은 홀을 사람들이 꽉 채울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발표는 3시 50분에 진행된 [팀장의 탄생] 이라는 주제였다.
엔지니어였다가 팀장직을 맡게 되고 어떤 식으로 좋은 팀장이 되기 위해 노력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다.
좋은 팀장의 가장 중요한 점은 업무를 하달하는 역할이 아니라 업무를 잘 할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이라는 점이다.
이 일을 왜 해야하지? 왜 이렇게 하면 안 되지? 누가 이런 걸 하라고 하는거지? 라는 식으로 팀원에게 단순히 업무만 전달해서는 동기부여를 끌어내기 어렵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기술에 대한 열정 정도로 이겨낼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개인을 매너리즘에 빠뜨리고 업무 의욕을 저하시킨다. 때문에 이 일을 왜 해야하는지와 조직이 어떤 미션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개개인에게 점진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더불어 이런 식으로 오너십을 가진 팀원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탐색하고 개선할 때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때문에 팀장은 업무의 목적과 회사의 비전을 지속적으로 공유해야 한다고 했다.
동시에 팀장은 팀원을 신뢰해야 한다. 팀장은 사람이 성장한다고 믿어야 하고 팀원은 팀장이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상호 신뢰가 필요하고, 팀원에겐 자율성과 숙련, 목적 등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그들의 내적 동기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는 명예나 돈과 같은 보상, 즉 외적 동기의 지속 시간이 짧은 것에도 기인한다.
그 외에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소통 방식이나, 문제 해결 방식 등에 대해서도 짧은 시간동안 밀도 있게 다뤄주셨다.,
'구글 엔지니어는 이렇게 일한다' 에서는 팀원을 아이처럼 대하면 팀원도 아이처럼 행동하게 된다 라는 이야기를 한다. 반대로 팀원을 오너십을 가진 개인처럼 대우하면 팀원도 저절로 책임감과 오너십을 가진 직원이 된다고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마이크로매니징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팀원들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어시스트하는 것이 팀장의 일이라고 표현한다.
사실 주니어 입장에서 팀장직이라는 건 아직은 먼 일이지만 이번 강의는 팀원 입장에서도 훌륭한 강의였다.
어떻게 훌륭한 팀원이 되고 좋은 소프트웨어에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인사이트도 얻고, 팀장과 팀원이 이상한 관리자와 반항적인 직원이 아니라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동료 관계로서 한 목표를 위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 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단순히 우수한 성과로 인해 관리직을 맡게 된 엔지니어들이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통으로 힘들어한다는 괴담이 개발 쪽엔 깔려 있던 것 같다. 코드를 쓰는 시간은 줄고 회의 시간은 길어지며 업무에서 오는 즐거움도 줄고, 기존의 시니컬하고 분석적인 업무 태도가 오히려 관리자 쪽에서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성과가 좋았거나 오랫동안 일을 해 팀장이 된 경우 팀원의 업무 방식을 인내하지 못해 마이크로매니징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그러나 관리직은 근본적으로 엔지니어와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며, (우상 때문인 듯 하지만) 괴짜도 많고 괴팍하고 시니컬한 성미가 많은 개발자들은 특히 소프트 스킬을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팀원이라고 해서 소프트 스킬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니 나도 의식적으로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위해 노력해야 겠다고 다시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나도 무의식적으로 비판적인 표현을 사용하거나 직설적으로 지적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상호 간에 신뢰가 잘 다져진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문제 해결에는 독이 되는 것 같다. 상대를 감정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로 만들고, 역으로 이런 대화가 신뢰를 깎게 되므로 이후엔 문제가 생겨도 무의식적으로 상대가 전달하지 않으려 할 확률이 높다.
공감과 진솔한 대화, 어떤 것보다도 공동의 목표를 위해 우리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소통으로 보여주는 게 좋은 자세인 듯 하다.
몇몇 세션은 좋은 주제를 바탕으로 했음에도 경험의 공유보다는 단순한 지식의 전달에 그쳐 아쉬움이 있었다.
청중에게 어떤 정보를 전달할 지 고민하는 것이 훌륭한 발표를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
컨퍼런스를 한번쯤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요근래 했었는데, 단순히 커리어를 쌓기 위해 허울 좋은 짓을 할 마음가짐이라면 안 하는 게 나을 성 싶다. 적어도 그건 내가 그리는 이상향은 아니다.
역량을 쌓고 많은 경험을 하고 생태계에 진정으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고, 또 하고 싶다는 확신이 들게 되면 그때쯤 다시 고려해 봄직 하다.
'THOUGH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붕괴하지 않는 팀을 위하여 (0) | 2023.12.16 |
---|---|
좋은 개발자와 좋은 직장인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 (0) | 2023.09.12 |